매주 목요일은 요코하마 Y국립대학(Y국대)에 출강을 합니다. 수업은 2교시와 3교시인데, 끝나고 도쿄로 돌아오는 길에 라면을 먹고 오기 위해 중간 점심시간에는 일부러 밥을 먹지 않고 버팁니다. (일본 대학은 보통 12시부터 오후 1시가 점심시간입니다)
두시 반에 3교시 수업이 끝나면, 학교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의 스즈키야라는 라면집으로 바로 달려갑니다. 오후 세 시경의 애매한 시간임에도 손님들이 항상 있습니다. 혼잡한 점심시간을 피해 천천히 라면을 즐기려고 일부러 이 시간대를 노려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한시 반에서 두시 반 사이는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히 라면에 집중할 수 있음)
스즈키야는 요코하마계 라면입니다. (일본 라면에는 족보가 있는데, 요코하마계 라면도 뼈대있는 양반 가문의 하나입니다...)
요코하마계 라면 매니아 사이에서도 인기를 끄는 이 가게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97년으로, 같은 Y국대 유학생의 소개로 같이 들렀다가 이후 시간이 있을 때 마다 오게 되었습니다. 벌써 10년 정도 되었습니다만, 어느해인가 신정때 초최한 모습으로 라면을 먹으러 가니 마음 좋은 점장 아저씨가 귤을 몇 개 내 주었던 것을 기억합니다..내가 놀라서 감사하다고 하니 인자한 눈웃음으로 고개를 가볍게 끄떠끄떡....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굵고 강한 면발이 특징입니다. 이게 진한 간장 돼지뼈계 스프와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한국 유학생들도 한번 먹은 사람은 예외없이 단골이 되었습니다.
정통 라면집의 상징인 금연마크. 제 경우 흡연이 가능한 라면집은 기본적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만일 일본에 오셨을 때 흡연을 허용하는 라면집은 흡연하시는 분들도 가능한 피할 것을 권합니다.
담배연기로 탁해진 공기가 면발과 함께 입안에 들어오면 라면과 스프의 미묘한 풍미를 해치게 됩니다.
공기밥도 시켰습니다. 노란무(다꾸앙)가 달랑 두 개 얹혀져 있는 것이 처음에는 왜 그렇게 귀엽고 이상했는지...**
아!! 일본 라면집에서 공기밥 시키시면 말아드지 마시고 따로 드세요.&&
이것이 스즈키야 라면. 메뉴는 이것 하나입니다. 단지 안에 들어가는 짜슈(안에 보이는 돼지고기 썰은 것)나 김 등은 추가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라면 크기(보통, 중, 대)와 스프 농도, 면 삶은 정도(조금 덜 익게, 보통, 푹 삶음-야들야들)는 선택 가능합니다.
위의 사진은 보통 사이즈라면(650멘)입니다. 김 (100엔), 공기밥(100엔) 추가. 짜슈 1장은 따로 주문 안해도 기본으로 나옵니다.
면은 가타멘(조금 덜 익게)
김 추가를 안했을 경우, 두 장이 들어갑니다.
스프와 면, 김이 입안에서 어우려졌을 때의 맛은 문장으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상상을 해 주세요. 스프에는 돼지표, 해산물을 우린 다시, 간장, 스즈키야 비전의 무엇인가가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라면안에 들어가는 김은 맛김이 아닌 자연 상태의 김)
스프의 농도가 진하기 때문에 제 경우 일반인의 몇 배 되는 양의 후추를 넣습니다.
이 양념장...이것을 대량으로 넣으면 라면 국물이 완전히 한국풍으로 변신하죠.
매운 양념장 대량 투입...이것도 스즈키야에서 저만의 전매특허입니다.
옆 좌석에 앉은 손님들이 가끔 경이의 눈으로 힐끗 쳐다봅니다. 게중에는 흉내내는 사람도 있다는...^^
다음으로 넣는 것이 바로 이것. 뭔지 아시겠어요? 다진 마늘입니다.
이것도 대량 투입!!
이제 스탬바인 OK입니다.
요놈을 가볍게 저어줍니다. 너무 저으면 스프 전체의 맛이 동일해 지기 때문에 가볍게 일부분을 흔들어 주는 정도로....
자! 스프맛을 볼까요. 앞쪽부터 면을 먹어가면 양념장이 차츰 퍼져나가면서 한입한입 다른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입안으로 들어가기 전의 면발
짜슈가 매운 면과 스프를 배경으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스즈키야 비전의 타레를 넣어 장시간 삶습니다.
그후 상온과 냉장고에서 차게 식힌 후, 기름기가 없는 살부분만을 썰어 라면위에 올립니다.
스즈키야 풍경입니다. 손님이 줄어들면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차례로 식사를 합니다. 메뉴는 손님과 같은 라면입니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방문했지만, 식사시간에 다른 음식을 먹는 종업원을 한번도 못 보았습니다.
지금 라면을 먹고 있는 분이 이 가게 넘버2입니다. 저와 말은 많이 나누지 않지만 어느덧 눈빛으로 의사가 전달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위계 질서가 보통이 아닙니다. 신참은 나이가 많아도 면이나 스프에는 손도 대지 못합니다. 빈 그릇 치우기와 청소, 그 외 잡일을 하면서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면과 스프를 다룰 수 있습니다.
밖에서 찍었습니다. 물론 넘버2 분께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양해를 얻었습니다.
벽에 붙은 메뉴판입니다.라면(보통, 중, 대).
라이스(공기밥100엔)짜슈추가(200엔), 김추가(100엔), 맛달걀(간장계 맛이 배인 삶은 달걀)100엔,맥주350엔
주 근무지인 도쿄G 국립대학까지는 차로 한시간 반 정도 입니다.
이곳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바로 고속도로를 탈 수 있는 것이 다행입니다.
아! 오늘 기름값이 리터 133엔이네요(가솔린)....지난주 보다 5엔 정도 오른 것 같습니다..&&
주차된 네 대중, 오른쪽에서 두 번째 보이는 흰색이 제 차 아웃랜더입니다.
금년 들어 벌써 두 번이나 받았지요.....**
이제 도쿄로 출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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